“감기는 다 나았는데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열도 내렸고 콧물도 멎었는데, 아이가 TV 볼륨을 자꾸 키우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리다는 겁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산만한 것 같다”고 하셨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귀 안을 들여다보면 고막 뒤에 액체가 고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급성 중이염의 통증과 열은 지나갔지만, 중이강에 남은 삼출액이 소리 전달을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말하지 못합니다
어른이라면 “귀가 먹먹하다”고 바로 표현하지만, 어린아이는 그런 감각을 말로 옮기지 못합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TV나 스마트폰 소리를 이전보다 크게 튼다
- 뒤에서 부르면 반응이 늦거나 두 번 불러야 돌아본다
- 말을 걸 때 얼굴을 빤히 보려 한다 (입 모양으로 이해하려는 습관)
- 발음이 예전보다 뭉개진다
이런 변화는 며칠 사이가 아니라 몇 주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님도 놓치기 쉽습니다. 감기가 다 나은 것 같은데 아이 반응이 어딘가 둔하다면, 그 시점에 한번 귀 상태를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귀만 보고는 끝나지 않는 이유
삼출성 중이염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 달씩 이어지거나 계절마다 반복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귀 안쪽만 보지 않고 코 상태를 함께 확인합니다. 중이는 이관을 통해 코 뒤쪽과 연결되어 있어서, 콧물이 오래 고여 있거나 코 점막이 부어 있으면 이관 기능이 떨어지고 중이 안의 압력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결국 액체가 잘 빠지지 못하고 남는 것입니다.
영등포 지역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감기를 달고 살면서 중이염이 반복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럴 때는 항생제로 급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과 별개로, 평소 코 점막 상태와 전반적인 면역 반응을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코가 오래 막히는 편인지, 콧물이 누렇게 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함께 봅니다.
진료실에서 확인하는 것들
이경으로 고막 색깔과 움직임을 보고, 필요하면 고막운동성계측 검사로 중이강 내 액체 유무를 함께 확인합니다. 급성기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액체가 남아 있다면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경과를 지켜보는 기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간 동안 코 점막 상태를 개선하고 전반적인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재검을 잡습니다.
한 번의 중이염으로 끝나지 않고 한 해에 여러 차례 겪는 아이라면, 그때마다 귀 치료만 반복하기보다 왜 자꾸 이관 기능이 떨어지는지, 코 상태는 어떤지를 함께 짚어보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진료 안내
영등포미소로한의원은 5·2호선 영등포구청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저녁 9시까지 진료하니 낮 시간에 오기 어려운 경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희연 대표원장 · 한방소아과 전문의